<칼럼>독서교육, 그 시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 ||||
글 : 정연수 논설위원 (강릉원주대학교 평생교육원 독서지도사 지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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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지도사 자격증 과정의 강의를 맡고 나서부터 생긴 버릇이 하나 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또 어린 자녀라도 있을 땐, 독서지도사를 채용해 독서교육을 시작하라고 득달까지 했다. 하루는 친구의 집에서 독서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다가 독서지도의 한 과정을 직접 보여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생인 친구의 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솝우화 중에서 「여우와 두루미」이야기 읽어봤니?" "줄거리 말해볼 수 있겠니?" 아들이 줄거리를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것을 지켜보던 친구는 어깨까지 으쓱하면서 흐뭇해했다. 하지만 독서교육이란 줄거리가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교훈 같은 주제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는 우화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생각을 풀어내는 창의적 독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알았으니 이젠 다양한 관점에서 「여우와 두루미」이야기를 나누려고 아이와 대화를 시작했다. "그래 내용을 참 잘 알고 있구나. 그 글을 읽는 중이거나 읽고 나서 어떤 생각을 가졌니?" 태연스럽게, 아니 진지하게 말하는 그 아이를 보면서 오히려 내가 난감한 기분이었다. 듣고 싶었던 답이 아니었을 뿐더러, 얼굴까지 발갛게 상기되어 당황해하는 그 아이의 부모를 보면서 곤혹스러워졌다. 그 곤혹 속에는 친구 부부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고 우리 독서교육 현장이 안고 있는 취약함까지 담겨있었다. 「여우와 두루미」우화를 통해 획일화된 학교교육에서 전달되는 모범답안, 즉 '남에게 피해를 주면 나도 피해를 입는다'는 식의 답안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했다. 진정한 독서란 하나의 답이 아니라 독자의 생각에 따라 얼마든지 많은 느낌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 했다. 하나의 주제 외에는 더 생각하지 않는 독서의 경직성을 지적해주려는 의도였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독서의 효과를 설명하고 싶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면서 말이다. ① 무시당했던 두루미가 여우를 용서할 수는 없었을까? 이 같은 질문을 추가로 던지면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려는 것이 원래 의도였다. 왜 그런 대답이 나왔을까? 아이가 지니고 있는 배경지식이 그렇게 해석하도록 요구했을 거라고 추론해 보았다. 아버지(혹은 어머니)가 친구를 집에 데려왔을 때 초대 손님을 싫어하는 것을 보았거나, 아이가 친구를 데려왔을 때 부모님이 싫어한 것을 보았거나, 아이가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친구의 부모로부터 박대 받은 경험이 있었을 수 있다. 그러한 체험이 축적되면서 「여우와 두루미」이야기를 읽는 순간 '친구를 초대해서는 곤란한 일이 생긴다'라는 반응으로 연결되었을 것이다. 이 사례는 독서 과정에서 글의 올바른 이해도 중요하거니와 배경지식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빈약한 배경지식의 보충을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독서교육이 요구된다. 독해능력의 부족은 내용의 이해뿐만 아니라 배경지식을 충족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영어와 수학을 배울 때도 기초가 중요한 것처럼 독서방법에 대한 기초학습은 중요하다. 열린 생각과 책 한 권이면 시작할 수 있는 독서교육, 그 시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
출처 : 더데일리 ( http://www.ithedaily.com/news/articleLis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