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강의를 시작하면서 ..........
세상은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이는 법이다. 우리는 독서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단어의 뜻을 알고, 문장을 이해하고, 주제를 파악하는 것으로 독서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이번 강좌에서는 독서는 단순 독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재구성하는 데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창의적 재생산이 가능하게 해야한다는 것을 지도하는 데 역점을 두고자 한다.
목적이 있는 독서를 해야 하는데, 책을 읽기 전에 왜 읽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있었는가? 우리는 왜 책을 읽으며, 아이들에게는 왜 책을 읽히는 걸까?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남들만큼 지식을 갖기 위해, 건전한 인격을 형성하기 위해,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위해서, 논술에 도움을 주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일까? 그렇다면 저마다 다른 목적에 따른 적절한 책을 선정하여 읽고 있었던 것일까?
영어를 모르면 영어 책을 읽을 수 없는데, 배경지식을 갖추지 않고서 읽은 책이 얼마나 소화되었을까? 독자들은 책을 읽을 때 주의하는 것보다, 읽기 전의 배경지식 활성화에 대해 더 많은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많은 방언을 구사하고 있는 백석의 시, 그래서 더 아름다운 그 시가 방언을 모르는 독자에게도 아름다운 감동으로 전달되었을까? 시(책)를 읽으면서 방언과 시의 의미까지 해석하느라 감상의 맛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문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문학이라면 진절머리를 낸 것은 아닌지?
배경지식이 적절하게 갖춰졌을 때 작가가 전달하려는 내용에 대한 느낌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러한 느낌을 통해 문학작품의 감동을 받게되며, 책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만약 이해했다고 친다면, 그 다음에는 뭘 하지? 당연히 어딘가에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사회에 적용하고, 인류를 위해 기여해야 하는 것처럼, 독서를 하고 나면 삶에 적용하고 사회에 유익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 권의 책, 한 편의 글을 이해한 것으로 끝내지 말자. 개인의 체험과 지식이라는 그 소중한 스키마가 책과 조우하는 순간 핵융합을 일으키도록 하자. 이것은 저절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의식적인 연결의 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 독서 중, 그리고 독서 후 단계에서 얻은 지식이 다른 지식이 융합할 수 있도록 늘 깨어있어야 한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독자들에게 그러한 창조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서지도사가 필요한 것이다.
다독이 능사는 아니다. 독서하는 시간보다 음미하는 사색의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 그 과정은 독서를 통해 창의적인 생산물을 배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독서후의 생산물은 새로운 글쓰기, 토론을 넘어서 개인의 전공 지식과 결합하여 창조적 재생산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제 창조적 생산, 그 출력작업을 위해 입력을 시작하자. 독서라는 입력과정이 없다면 어찌 창조적 출력이 가능할 것인가. 강릉대학교 평생교육원이 마련한 독서지도사 자격과정 강좌! 이 시간이 독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유익하게 기억될 수만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까. 책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늘 행복하지 않은가 말이다.
2008년 3월 정연수(문학박사) bich402@hanmail.net